세계적인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화제를 모으면서, 주요 촬영지인 모로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재해석한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모험과 시련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모로코,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 6개국에서 총 91일간 촬영됐다.
모로코에서는 아이트 벤 하두(Aït Benhaddou), 에사우이라(Essaouira), 마라케시(Marrakech) 등 각기 다른 건축과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이 촬영 무대로 활용됐다. 흙으로 지어진 요새 마을부터 대서양 해안과 전통적인 궁전 공간까지, 모로코의 다채로운 풍경이 고대 서사시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고대 도시 트로이의 배경이 된 아이트 벤 하두
모로코 남부 와르자자트 인근에 있는 아이트 벤 하두는 영화 속 고대 도시 트로이를 구현한 주요 배경이다. 붉은 흙으로 지어진 전통 건축물과 성벽, 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집들이 고대 도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이트 벤 하두는 모로코 남부의 전통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요새 마을인 ‘크사르(ksar)’다. 과거 사하라 지역과 마라케시를 연결하던 교역로의 주요 거점으로 기능했으며,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오디세이’ 제작진은 아이트 벤 하두의 실제 마을을 트로이의 스카이라인으로 활용하는 한편, 인근에 약 2.5에이커, 약 1만㎡ 규모의 임시 세트를 조성했다. 실제 마을의 흙빛 건축물과 촬영을 위해 제작한 성벽과 구조물을 결합해 트로이의 규모를 확장하고 장대한 전투 장면을 완성했다.
촬영을 위해 조성된 트로이 세트는 영구적인 관광시설이 아닌 임시 시설로,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여행객들은 영화 세트 대신 트로이의 실제 배경이 된 아이트 벤 하두의 마을과 주변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아이트 벤 하두는 이전에도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알렉산더’,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 여러 글로벌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무대로 활용됐다. 모로코의 전통 건축과 영화 촬영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 트로이 목마 장면을 담은 대서양의 도시 에사우이라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에사우이라는 영화 속 트로이 목마 발견 장면과 오디세우스 일행의 출항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거친 대서양의 풍경이 트로이 전쟁 이후 시작되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생동감을 더했다.
영화에는 높이 약 35피트, 약 10.7m에 이르는 실물 크기의 트로이 목마가 사용됐다. 트로이 공성전 장면에는 약 2,000명의 엑스트라가 참여해 대규모 전투와 혼란을 실제 촬영으로 구현했다.
에사우이라는 영화 촬영지를 넘어 모로코를 대표하는 해안 여행지이기도 하다. 하얀 건물과 푸른색 문이 이어지는 메디나,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성벽과 스칼라 요새, 전통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가 어우러져 독특한 도시 풍경을 형성한다.
해변과 유서 깊은 메디나를 함께 둘러볼 수 있으며, 수공예품 상점과 현지 미술 공간, 신선한 해산물 요리도 에사우이라의 매력으로 꼽힌다. 대서양의 바람을 활용한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에사우이라는 마라케시 서쪽에 자리하며, 아이트 벤 하두는 마라케시에서 아틀라스산맥을 넘어 동남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방향에 위치한 두 지역은 대서양의 해안 풍경과 모로코 남부의 흙빛 건축을 각각 보여준다.
▮ 고대 왕궁 장면이 촬영된 마라케시
모로코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마라케시에서는 영화 속 메넬라오스 궁전 내부 장면이 촬영됐다. 제작진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장식과 건축미를 지닌 공간을 활용해 고대 궁전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촬영에 사용된 실내 공간이 일반에 공개된 상설 관광시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촬영 공간을 직접 관람하기보다는 마라케시의 궁전과 전통 건축물, 정원과 메디나를 둘러보며 영화에 담긴 공간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마라케시는 붉은빛 성벽과 건물로 인해 ‘붉은 도시’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메디나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인 수크와 궁전, 정원, 모스크 등 모로코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명소가 자리한다.
도시 중심의 제마 엘프나 광장은 낮에는 상인과 여행객이 오가는 시장으로, 저녁에는 음식 노점과 거리 공연이 이어지는 활기찬 공간으로 변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메디나 골목에서는 직물과 가죽제품, 금속공예품, 향신료 등 모로코의 전통 수공예와 생활문화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마라케시는 아이트 벤 하두와 와르자자트, 에사우이라 등 모로코의 주요 영화 촬영지를 연결하는 거점이기도 하다. 도시의 역사문화 자원과 함께 아틀라스산맥 너머의 흙빛 풍경, 대서양 연안의 해안 풍경을 두루 만날 수 있다.
▮ 영화 촬영지에서 만나는 모로코의 다양한 풍경
아이트 벤 하두와 에사우이라, 마라케시는 영화 촬영지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각기 다른 모로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트 벤 하두에서는 영화 속 트로이의 배경이 된 흙빛 마을과 과거 교역로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에사우이라에서는 트로이 목마 장면이 촬영된 대서양 해변과 유서 깊은 메디나를, 마라케시에서는 궁전과 정원, 수크를 통해 모로코 전통 건축과 도시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트 벤 하두가 사하라 교역로와 흙 건축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면, 에사우이라는 대서양을 기반으로 성장한 항구도시의 문화를 보여준다. 마라케시는 전통과 현대, 일상과 관광이 공존하는 모로코 도시문화의 중심지다.
한편, 모로코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건축물, 축적된 영화 제작 기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세계적인 제작진의 촬영지로 선택돼 왔다. 특히 와르자자트 일대는 영화 스튜디오와 촬영 기반 시설이 발달해 ‘사막의 할리우드’로 불린다.
‘오디세이’를 비롯한 글로벌 영화와 드라마가 모로코 곳곳에서 촬영되면서, 모로코는 스크린 속 장면을 실제 장소에서 만나고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여행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